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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Travel Diary/서귀포시권(남쪽) 관광지/맛집

한라산 정상에는 가보셨나요??



한라산 정상에 가보셨나요?

장마와 무더위와 국지성 호우와.. 기타 등등 늘 좋지만은 않은 날씨가 반복되는 7월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름엔 바다, 계곡, 워터파크라며.. 더운 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물'이 있는 곳을 자주 찾고 있지만, 한 여름 산으로 가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오히려 더 시원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죠.


관악산이나 청계산, 북한산, 검단산 등등 서울근교 추천 등산 코스 정도 밖에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저에게는 사실 다른 국내산에 대한 이야기는 백두산 만큼이나 멀게만 들립니다.
(다 그저 높은 산으로 밖에는...)


아시다시피 한라산이 위치한 제주도에도 저희 한화리조트 분들이 제주도CC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골프치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정말 최고의 곳이지만, 오늘은 골프가 아닌 바로 그 곳 제주도에서! 바로 며칠 전 정상을 체험하신 여행코디네이터 분들의 아주 생생한!! 정상 체험기를 들려드릴께요.



제주도민이라면 마치 동네 뒷동산 가듯이 한라산으로 등산하고 모두가 한라산 정상을 밟아본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 주변에 제주도에 살고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정상을 못 밟아본 이들이 수두룩하니까요. 한라산 정상을 밟는게 보통 어려운게 아니기도 하지만 한라산 정상을 밟으려면 하늘이 도와야 한달까요?

산중 날씨란게 보통 변덕스러운게 아니다 보니 고르고 골라 날을 잡았다 하더라도 언제 날씨가 급격히 나빠져 더 이상 산행을 하지 못하게 될지 모르고 정상까지 갔지만 안개 때문에 한치 앞도 못보게 되는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마치 스위스 여행할 때 꼭 들리는 곳 중 하나인 '유럽의 지붕' 융푸라우에 가서도 한 눈에 유럽을 담기 어려운.. 그런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저도 지난해 1,100 고지를 넘어 한라산 등산코스 중 가장 힘들다는 관음사 코스로 정상까지 갔지만 겨울이라 너무 춥고 안개로 둘러싸여 있어서 백록담은 구경도 못하고 내려온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그 아쉬움이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르죠...)


이번 장맛비로 백록담이 만수가 되었단 뉴스를 접하고도 지난해 고생했던 기억은 또 까맣게 잊고 정상정복을 위해 산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역시 중요한 건 도전!!! ^^)

들뜬 마음으로 산행날 집 밖으로 6시쯤 나와 차의 시동을 걸자, 그 때서야  날을 잘못 골랐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새벽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시내에 안개가 껴있어 정상까지 가도 지난번처럼 그냥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세운 산행계획인데 놓칠 수 없어 성판악코스로 향했습니다. 


뒷날 출근 걱정도 되고해서 한라산을 오르는 총 6가지 등산 코스 중 관음사 코스 대신 단조롭긴 하지만 경사가 그나마 완만하다는 성판악코스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역시나 여유롭습니다. 육체적인 힘듦보다는 정신적인 갈망이 더 큰 상황같은 것이죠 ^^
일행과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면서 간간히 웃기도 하며 화기애애 하지요. (이 때까진 웃음, 나옵니다)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이 시작되면 슬슬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고 숨은 가빠지며 걸음은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애꿏은 거리표시판에다 이거 밖에 안 온거냐며 화를 내고, 왜 이렇게 돌밭만 나오냐며 화를 내기도 해봅니다.

 

 


사라오름 입구쯤 가니 반갑게도 작은 우물이 있습니다.
아, 한라산 정상까지 가시려면 1인당 생수 2병은 준비하셔야 합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생수는 생명수 입니다.^^ 여름이라면 시원하게 얼리고 가지고 가시면 더욱 좋습니다. 


 


출발할 때 먹은 샌드위치 배가 꺼질때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화장실이 없다’ 는 안내문구를 보고 화장실은 가야겠는데 안개가 워낙 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가질 않더군요. 대피소에 들어가 사발면 한그릇에 준비해간 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커피까지 마시니 안개가 어느새 몰려와 있어 정상에 올라가도 그냥 내려와야 하는 건 아닌지, 그냥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뿌연 안개를 뒤로 하고 본격적인 정상정복을 위한 걸음을 다시 내딛었습니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하며...)


 

오르막에 지겹고 지칠 때쯤 희망이 보였습니다.
옅은 안개 너머로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정상 꼭대기에 다 와간다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내내 백록담 구경이나 할는지 걱정했는데 얼른 올라가면 안개 겉히기를 기다렸다가라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더군요.


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니 오르막 계단도 뛸 듯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몸은 따라주질 않더군요. 주변을 보니 엉엉 우는 여자친구를 질질 끝고 가는 이도 있고, "도대체 누가 이 정상까지 오자고 한거야"라며 한탄 하며 꾸역꾸역 올라가는 이도 있구요.  


 

드디어 1,900m 거의 다 왔습니다. 구름이 제 발 아래 있고 지난 밤 한라산 정상까지 갈꺼란 내 각오에 못 올라갈꺼라며 찬물을 끼얹던 식구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63 빌딩의 고급 레스토랑이름이기도 하면서 영어에서도 가장 좋은 기분을 표현하는 문구 중에 "Walking on the Coud"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말 딱 그 문구가 떠오르며, 전~혀 힘들지 않았던곳. 바로 구름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정상 입니다! 

 



만수를 기대했지만 어느새 물이 많이 빠져 있더군요. 그.러.나. 이 정상에서 만나는 백롬담이 주는 감흥은 사진 한 장으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아침 출발할 때 부터 결정못했던 마음부터, 아픈 발의 고통까지, 모든 감정과 희노애락이 하나로 집중되는 느낌.


그렇게 몇 분간을 정상, TOP에서만 가능한 감정을 느끼며 보냈습니다.

산 정상이라 그런지 순식간에 날씨가 바뀌어서 눈앞에 풍경이 선명하게 보이다가도 어느새 구름으로 둘러싸이고를 반복했습니다. 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가려 더 이상은 못보겠을 무렵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하산은 정상을 기대하며 오를 때 보다 더 지루하고 힘이 듭니다. 다리가 후들 후들 풀려갈 때쯤 조릿대를 뜯어먹고 있는 노루를 만났습니다. 아 현실성은 제로가 되고, 이 모든 건 마치 나비가 되어 경험하는 호접몽 같은... 꿈날 같았습니다. 
 

저희를 보고 도망 갈 줄 알았지만 사람이 익숙한지 사진 찍을 잠깐의 틈을 주고는 유유히 숲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저, 어쩌지 못하고 한쪽 발을 들고 서 있는 분 보이시나요? 저와 제 친구, 그리고 저 분 셋은 노루를 발견한 순간 ‘얼음’ 이었습니다. (모형 절대 아닙니다.)
안개 속에 백록담은 볼 수나 있을지 절망하다가 운 좋게도 정상을 보고, 더불어 노루까지 만나고 나니 이게 웬 행운이지? 하는 생각이…. ^^

한 동안 또 한라산 정상 가보겠단 생각은 안들정도로 다리도 후들거리고 당기고 힘이 들지만 또 이 아픈 기억이 잊혀지면 또 가보고 싶어 지겠지요? ^^

바로 이게 여행의 이유고, 등산의 매력이고, 산에 오르는 이유고, 한라산의 매력... 그리고 제주도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라는 거시적인 생각까지 해본, 한라산 정상 정복기었습니다.

펌: 한화리조트 공식블로그 '해피타임'http://hanwharesort.tistory.com/380